기웅이네

유럽여행 역사와 문화

  • 2025. 5. 26.

    by. 야나기웅

    목차

      파마구스타는 한 도시 안에서 두 개의 시간이 나란히 흐르는 곳이에요.
      성벽 안의 고대 도시에는 고딕 성당과 돌담길이 살아 숨 쉬고,
      바다 너머로는 **수십 년간 봉쇄되었던 '유령 도시 바루샤(Varosha)'**가 펼쳐지죠.

      한때는 세계적 부호들과 스타들이 몰려들던 리조트 타운이었고,
      지금은 전쟁과 분단의 기억을 간직한 채 조용히 문을 연 도시.

      그렇지만 파마구스타는 슬픔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요.
      과거의 고요함 위에 지금의 예술과 젊음이 어우러져,
      유럽 어느 도시보다 깊은 감정을 안겨주는 곳이죠.

      이곳을 걸으면 느껴져요.
      이 도시는 이야기로 가득하고,
      그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는 걸요.


      1. 파마구스타의 역사 – 무역과 전쟁, 그리고 봉쇄된 도시

      고대~중세 – 번영의 시작

      파마구스타는 고대에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지만,
      13세기 성지순례자와 무역상들이 몰리며 동지중해의 중심 도시로 떠오릅니다.
      당시 이곳은 이탈리아 베니스 공화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그 영향을 받아 도시 전체가 중세 유럽풍 성벽과 고딕 건축물로 채워지죠.

      이 시기의 유산이 지금의 **파마구스타 구시가지(성벽 도시)**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특히 성 니콜라스 성당(현재의 라라 무스타파 파샤 모스크)은
      고딕 양식의 아름다움과 이슬람 건축이 결합된 문화 혼합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근대 – 오스만과 영국 식민 통치

      1571년 오스만 제국이 파마구스타를 점령하면서
      성당은 모스크로 바뀌고, 베니스풍 도시는 이슬람적 재건축과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이후 19세기 후반부터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행정 도시로 재편되었죠.

      현대 – 분단과 유령 도시의 탄생

      1974년 키프로스 분쟁 당시,
      그리스계 주민들이 급히 도시를 떠났고,
      바루샤 지역은 봉쇄되어 수십 년간 폐허로 남게 됩니다.

      이 지역은 최근 제한적 개방이 이루어지며
      금지된 도시, 유령 도시, 반쯤 열린 상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지금의 파마구스타는
      고딕과 이슬람, 번영과 상처, 과거와 현재가 함께 걷는 도시입니다.

       

      2. 문화, 축제, 전통의상, 화폐 정보

      문화 파마구스타는 베네치아 고딕, 오스만 이슬람, 영국 식민지 스타일이 혼재된 다층적인 문화 도시. 성벽 도시와 해안 유령 도시가 공존
      대표 축제 마구사 문화예술축제 (Famagusta Art Festival, 여름): 연극, 전통 공연, 지역 밴드와 음식 부스가 성 안 광장에서 열림
      전통의상 이 지역 전통 의상은 터키계 스타일. 자수 장식이 화려한 롱 드레스, 남성은 검정 바지와 터번을 착용. 행사·공연에서 볼 수 있음
      사용 화폐 터키 리라 (₺) – 대부분 상점과 식당에서 카드도 병행 사용 가능하나, 재래시장과 노점은 현금 선호
       

      환전 팁

      • 파마구스타 시내 중심, 성벽 도시 외곽, 바루샤 입구 등지에 환전소 및 ATM 다수
      • 관광지 내 대부분 카드 결제 가능하지만, 소액 리라 지참하면 교통비, 노점 구매 등 편리
      • 바루샤 지역 일부 상점은 카드 결제 불가하므로 리라 소지 필수

       

      3. 전설과 이야기 – 오셀로의 탑과 금지된 사랑

      파마구스타엔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와 관련된 전설이 남아 있어요.
      바로 **성벽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오셀로 타워(Othello’s Tower)’**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도시에 주둔한 베네치아 군인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그의 사랑과 질투, 비극을 이 성 안에서 피워냈죠.

      오늘날에도 오셀로의 탑을 오르면,
      그가 데스데모나를 바라보던 그 창문,
      그리고 결국 그 사랑이 비극으로 끝났던 고요한 석벽을 직접 마주하게 돼요.

      또한 바루샤 해변에는
      사람들이 짐을 두고 떠난 채 50년 가까이 닫혀 있던 유령 도시가 펼쳐집니다.
      길가엔 녹슨 자전거, 진열장엔 먼지 낀 마네킹—
      그건 폐허가 아니라, 시간이 정지된 도시 자체였어요.

      이곳에선 모든 게 멈췄고,
      그 멈춤이 주는 정적 속에서
      삶과 전쟁, 기억과 망각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돼요.

      파마구스타는 아름답지만 말이 없는 도시입니다.
      그 침묵 속에서 여행자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죠.

      오셀로 타워

       

      4. 음식 & 지역 술

      Fırın Kebabı 퓌른 케바브 땅속 화덕에서 천천히 익힌 양고기 요리, 허브와 함께 부드러운 풍미
      Molohiya 몰로히야 이집트식 잎채소 스튜를 터키식으로 변형한 향토 요리
      Pilavuna 필라부나 치즈와 건포도를 넣은 전통 키프로스식 파이
      Şalgam Suyu 샬감 수유 무절임 발효로 만든 짭조름한 음료. 여름철 해장 또는 식사와 함께 곁들임
      Raki 라키 아니스 향의 투명 증류주. 파마구스타 지역에서는 저녁 식사 전·후에 즐김

       

      5. 주요 관광지 정리

      도보 라라 무스타파 파샤 모스크 고딕 양식의 성 니콜라스 성당이 이슬람 양식으로 전환된 건축물 두 문명이 만나는 상징적 장소, 내부 아치와 빛이 만들어내는 성스러운 분위기
      도보 오셀로 타워 셰익스피어 ‘오셀로’의 무대, 베네치아 시대 요새 일부 역사적 상징성과 함께 탑 위에서 보는 파마구스타 구시가지 뷰가 아름다움
      도보 바루샤(Varosha) 해변 전쟁 이후 봉쇄되었다가 최근 제한 개방된 ‘유령 도시’ 멈춘 도시의 정적과 붕괴된 고급 리조트 풍경이 강렬한 인상 남김
      도보 성벽 산책로 베네치아 시대의 돌로 만든 두꺼운 성벽과 망루 고대 도시 방어 구조를 따라 걸으며 도시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코스
      차량 20분 내 살라미스 고대 유적 기원전 11세기부터 번영했던 고대 도시 유적 원형 극장, 대형 목욕탕, 대리석 기둥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고대 키프로스 체험 가능
      차량 25분 내 성 바르나바 수도원 파마구스타 출신 사도의 무덤과 정교회 아이콘 박물관 아름다운 정원과 비잔틴식 프레스코화, 조용한 성지로 평화로운 분위기 추천
       

      바루샤 해변


       

       

      사진 포인트

      • 오셀로 타워 꼭대기: 붉은 지붕의 구시가지와 멀리 보이는 바다 풍경이 조화를 이루며, 파노라마 샷에 최적
      • 라라 무스타파 파샤 모스크 정면: 고딕 양식과 이슬람 미나렛이 공존하는 외관은 독특한 건축미를 담기 좋음
      • 바루샤 해변 철조망 구간: 유령 도시의 허물어진 호텔과 해안선을 배경으로 한 강렬한 다큐멘터리 스타일 사진 가능
      • 살라미스 원형극장 내부: 대리석 무대와 좌석이 잘 보존돼 있어 고대 분위기 물씬 나는 인물 사진 촬영 포인트
      • 성벽 산책로에서 내려다본 구도시 전경: 해질 무렵 따뜻한 햇살 아래 붉은 벽과 녹색 정원이 어우러지는 클래식 뷰

      직접 걸어본 도보 여행지의 감상

      바루샤 해변 앞에 섰을 때,
      높은 철조망 너머로 아무도 살지 않는 건물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었어요.
      무너진 유리창, 녹슨 발코니, 멈춘 시계들…
      그 안엔 사람이 없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그대로 살아 있더라고요.

      성벽 안 라라 무스타파 파샤 모스크에 들어서면
      고딕 아치 위로 이슬람 미나렛이 솟아 있는 풍경이
      종교와 시대가 겹쳐지는 놀라운 장면처럼 느껴졌고,
      그 안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 도시에 아직도 생생한 영혼이 있음을 보여줬어요.

      파마구스타는 눈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 도시입니다.
      걸으며 마주친 장면들이,
      여행이 끝나고도 계속 내 안에서 말을 걸어오는 그런 도시였어요.

       

      6. 치안 정보

      파마구스타는 북키프로스 내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정돈된 도시입니다.
      성벽 도심과 바루샤 해변 구간 모두 관광객을 위한 최소한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어
      낮에는 혼자 여행해도 안전한 분위기예요.

      • 주의 사항: 바루샤 지역은 제한 개방 구역으로, 일부 건물 근접 접근 금지. 철조망 너머 촬영도 주의 필요
      • 야간 이동: 구시가지 내 조명이 잘 설치되어 있지만, 바루샤 해변 구간은 해가 지면 한산하니 해질 무렵 이전 귀환 추천
      • 치안 전반: 관광지에서는 큰 문제 없이 안심하고 여행 가능. 다만 성벽 위나 유적지는 미끄러짐 주의
      • 응급 연락처:
        • 현지 경찰 (북키프로스): ☎ 155
        • 응급전화 (북부 공통): ☎ 112
        • 한국 대사관(남부 니코시아): ☎ +357 22 316010

       

      7. 이동 방법

      • 남니코시아 → 파마구스타 접근
        • 도보 국경 통과 후 북키프로스 미니버스 이용 (약 1시간 30분)
        • 또는 북쪽 렌터카를 이용하여 기레니아를 경유한 동부 해안 루트 가능
        • 남쪽 차량은 국경 통과 불가. 북부 렌터카 또는 투어 차량 이용 필수
      • 파마구스타 시내 교통
        • 도보: 성벽 도시 및 주요 관광지는 도보 이동 가능
        • 미니버스(돌무쉬): 외곽 유적(살라미스, 바르나바 수도원 등) 이동 시 유용
        • 택시: 비교적 저렴하나 미터기 사용 적음 → 출발 전 요금 확인 필수
      • 이동 팁
        • 여권 소지 필수. 국경 지역에서 신분증 제시 요청 가능
        • 바루샤 해변은 보행자만 출입 가능하므로 차량 진입 불가
        • 여름에는 낮 시간 폭염 강하므로, 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게 일정 구성 추천

       

      8. 마무리 – 파마구스타 여행 총평

      파마구스타는 여행이라기보다
      시간 속을 조용히 걷는 경험에 가까운 도시였습니다.

      성벽 안에서 중세 유럽을 거닐다가
      불현듯 철조망 너머 바루샤의 잿빛 고요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 경계는 단지 장소가 아니라,
      역사와 감정이 나뉘는 단면 같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마다 커피 향이 나고, 모스크 안엔 기도가 울려 퍼지며,
      누군가는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죠.
      이 도시의 삶은 아직 살아 있었고, 조용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추천 여행 시기는 3월5월, 10월 11월.
      햇살은 부드럽고, 유적지와 해변을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한줄평: “파마구스타는 과거가 멈춘 곳이 아니라, 기억이 계속 살아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