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웅이네

유럽여행 역사와 문화

  • 2025. 6. 15.

    by. 야나기웅

    목차

      설레는 샤울레이 여행의 시작

      리투아니아 북부 평원에 자리한 샤울레이(Šiauliai)는 인구 약 11만 명의 북부 제4도시로,
      ‘태양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곳은 단순히 상업과 산업의 중심이 아니라,
      신앙과 문화, 예술이 모여 있는 북부 리투아니아의 감성 핫스팟이죠.

      특히 시내 외곽 12km 지점에는 십만 개가 넘는 십자가가 가득한 언덕(Hill of Crosses)이 자리해
      종교적 경외감과 인상 깊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1. 샤울레이의 역사 – 태양의 전설로 피어난 도시

      태양의 도시, 이름의 기원부터 특별했다

      샤울레이(Šiauliai)는 리투아니아어로 ‘태양’을 뜻하는 "saulė"에서 유래된 이름이에요.
      도시의 탄생은 단순한 행정적 출발이 아니라, 리투아니아 민족 정체성과 맞닿은 전설적 전투의 기억에서 시작됩니다.

      1236년 리투아니아 대공국의 병사들이 사울레 전투(Battle of Saulė)에서
      게르만계 기사단인 리보니아 기사단을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이 지역은 ‘사울레(Saulė)’의 이름을 따 빛과 승리의 상징으로 기억되기 시작했죠.
      이 승리는 단지 군사적 의미를 넘어서 리투아니아인의 독립성과 신앙의 자긍심을 드러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16세기 – 자치와 도시 형성, 근대의 문을 열다

      1589년, 샤울레이는 공식적으로 도시권을 부여받아 마그데부르크법 아래에서 시민 자치를 이루게 됩니다.
      이 시기는 구시가지 중심으로 시장, 교회, 공공광장이 형성되며
      도시로서의 골격이 자리 잡던 시기예요.

      18세기 후반에는 왕정시대 개혁가였던 안토니 타이젠하우스(Antoni Tyzenhaus)의 지시에 따라
      도시계획이 체계화되며, 격자형 거리, 시청 건물, 군사적 배치 등 현대 도시 형태의 시초를 마련하게 되죠.


      19세기 – 산업도시로의 도약, 제국의 그림자 속에서

      샤울레이는 러시아 제국 치하에서도 가죽·목재·제분업 등 공업 중심지로 눈부시게 성장합니다.
      특히 1871년 리가–카우나스 철도 노선이 연결되며 상업 물류의 핵심 도시로 급부상했어요.

      그러나 성장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전염병, 화재, 전쟁의 그림자가 도시를 덮쳤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도시를 거의 전면 재건해야 할 정도로 파괴했죠.


      20세기 – 재건과 소련 점령, 그리고 독립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리투아니아가 독립하면서, 샤울레이는 새로운 공화국의 북부 거점이 되었고
      문화적 르네상스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1940년 소련에 병합되며
      도시는 다시금 억압의 시기를 겪습니다. 특히 1941년 나치 점령기에는
      유대인 공동체가 대규모 학살을 당하며 도시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비극이 기록됩니다.

      소련 시기에도 샤울레이는 전자제품과 군수공업 중심 도시로 기능하며
      동시에 대학, 예술학교가 들어서며 문화·산업 복합 도시로 진화했어요.


      독립 이후 – 다시 태양을 찾은 도시

      1990년 리투아니아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샤울레이는 상처를 이겨내고
      자신만의 빛을 되찾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도심에는 소련 시기의 유산과 현대 예술이 공존하고,
      ‘십자가의 언덕’은 리투아니아 국민의 신앙과 기억을 담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신의 성지가 되었죠.


      샤울레이의 역사는
      빛을 따라간 여정이자, 어둠 속에서도 다시 밝아온 태양처럼
      끊임없는 회복과 자긍심의 이야기입니다.

       

      2. 문화, 대표 축제, 전통의상, 화폐

      문화 샤울레이는 ‘태양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밝고 긍정적인 지역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조형예술과 태양을 모티브로 한 벽화들이 많고, 예술대학과 현대미술관, 사진 갤러리 등을 중심으로 젊고 실험적인 예술활동도 활발합니다.
      대표 축제 Šiauliai City Festival – 매년 9월 중순, 시내 전체가 공연, 전시, 마켓으로 가득한 지역 최대 행사
      Šiauliai Days – 7월 중순 열리는 전통 민속·춤·노래 중심 행사로, 태양의 날 개념과 연결됨
      Short Film Days – 샤울레이 현대예술센터 주관, 지역·유럽 독립영화 상영
      전통의상 리투아니아 북부 지역 전통의상으로, 여성은 무지개 색감의 롱스커트, 흰 자수 블라우스, 머리 스카프 착용. 남성은 체크무늬 조끼, 셔츠, 허리띠, 펠트 소재 모자가 특징이며 민속 축제 시 볼 수 있습니다.
      사용 화폐 유로(€) 사용. 대부분의 카페, 상점, 교통수단에서 카드 및 모바일 결제 가능. 축제 부스, 전통시장 등에서는 소액 현금(5~10유로권)을 준비하면 편리합니다.
       

      💱 환전 팁

      • 샤울레이 시내의 Swedbank, Šiaulių bankas 지점은 환전 수수료가 저렴한 편
      • 카드 사용이 거의 모든 장소에서 가능하므로 과도한 현금 환전은 불필요
      • ATM 출금 시 ‘현지 통화로 인출’ 선택 시 유리한 환율 적용
      • 버스·기차표 예매 앱(Pavyzdžiui, LTG Link)에서도 카드 결제 가능

       

      3. 전설과 이야기 – 태양이 비추는 언덕의 기도

      십자가의 언덕 – 침묵 속의 신앙과 저항

      샤울레이 외곽 12km 지점에 위치한 십자가의 언덕(Hill of Crosses)은
      단순한 종교적 명소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인들의 신앙, 저항, 기억이 모두 녹아 있는 성스러운 장소입니다.

      이 언덕의 기원은 1831년 러시아 제국에 맞선 리투아니아 반란 이후
      전사자들의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들이 이곳에 십자가를 세우며 시작되었어요.

      이후 19세기말~20세기 초까지, 가족의 안녕, 민족의 해방, 개인의 염원을 담아
      무명의 사람들이 조용히 십자가를 들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소련 점령 시기에도 이 언덕은 체제에 저항하는 조용한 기도의 공간이었고,
      공산당은 수차례 십자가를 제거했지만 밤이면 다시 누군가가 조용히 십자가를 세웠습니다.

      지금은 10만 개가 넘는 십자가, 묵주, 기도문이 한 언덕 위에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정의 떨림을 안겨줍니다.


      태양의 정령 – 전해지는 이름의 유래

      샤울레이가 ‘태양의 도시’라 불리게 된 데는 이름의 언어적 유래와 함께
      태양과 관련된 민속 전설도 깊게 연결되어 있어요.

      옛이야기 속 한 농부는 길고도 험한 겨울 끝, 농사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매일같이 언덕 위에서 태양에게 빛을 달라 기도했다고 해요.

      그러던 어느 날, 밤사이 하늘에서 거대한 황금 원판이 떠올라
      논밭 위에 햇살을 내려주며 농작물이 살아났고,

      사람들은 이곳을 ‘태양이 돌본 땅’이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샤울레이의 거리 곳곳에는 지금도 작은 태양 문양, 벽화, 조각물이 남아
      이 전설이 단지 이야기로만 머무르지 않고 도시의 정체성으로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샤울레이는 단순한 도시가 아닌 기도와 태양, 기억과 평화가 어우러진 전설의 공간입니다.
      그 이야기를 알고 나면 도시의 풍경 하나하나가 더 깊이 느껴지게 되죠.

      십자가 언덕

       

      4. 음식 & 지역 술

      Cepelinai
      체펠리나이
      리투아니아 전통 감자만두. 큰 비행선 모양의 감자 반죽 안에 고기를 채워 넣고 삶은 뒤 크림소스와 베이컨을 얹어 제공합니다. 샤울레이 전통 음식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어요.
      Šaltibarščiai
      샬티바르쉬차이
      차가운 비트 수프. 밝은 분홍색 색감이 특징이며, 케피르와 오이, 달걀을 섞어 시원하게 먹습니다. 여름에 특히 인기가 높아요. 감자와 함께 제공됨.
      Kepta Duona
      켑타 드우오나
      리투아니아식 마늘 흑빵 튀김. 맥주와 함께 먹는 안주로 현지 펍에서 가장 인기 높은 메뉴 중 하나.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한 식감이 중독적입니다.
      Žemaičių Blynai
      제마이추 블리나이
      감자 팬케이크에 고기 소를 넣은 음식. 바삭한 겉면과 고소한 속이 어우러져 사워크림과 잘 어울립니다. 현지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 메뉴로 자주 등장해요.
      Midus
      미두스
      리투아니아 전통 꿀술.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향신료 느낌이 있는 전통 주류로, 도수는 10~12도 사이. 식전주 또는 디저트 와인처럼 마시기 좋습니다.
      Šiaulių Alus
      샤울리우 알루스
      샤울레이에서 생산되는 지역 맥주 브랜드. 고소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특징이며, 흑맥주와 라거 두 가지 모두 현지 펍에서 인기가 많습니다.

       

      📌 여행자 팁

      • 샤울레이 구시가지의 식당 ‘Senas Sodas’, ‘Presto’ 등에서 위 음식 대부분을 경험할 수 있어요.
      • Midus는 슈퍼마켓 또는 전통시장 근처 선물가게에서 병 단위로 판매
      • Šiaulių Alus는 시내 펍이나 레스토랑에서 신선한 생맥주로 즐기기 추천
      • 샤울레이에서는 많은 음식이 감자 기반이므로, 감자 요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겐 천국 같은 곳!

       

      5. 주요 관광지

      도보 태양시계 광장
      Saulės Laikrodžio Aikštė
      리투아니아 독립 750주년 기념 조형물이 있는 중심 광장 '태양의 도시' 정체성을 상징하는 조형 예술품과 조용한 휴식처로 인기
      도보 샤울레이 사진 박물관
      Šiaulių Fotografijos muziejus
      리투아니아 유일의 사진 전문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 구시가지가 내려다보이며, 현지 사진 예술을 체험할 수 있음
      도보 샤울레이 성당
      Šv. apaštalų Petro ir Pauliaus katedra
      17세기 바로크 양식 성당 조용하면서도 아름다운 내부. 종탑에서 도시 전망 가능
      대중교통 산타카 시립미술관 샤울레이 현대 미술 및 지역 전시 중심 실험적이고 지역색이 강한 현대 작품들이 매력적이며, 입장료 저렴
      차량 1시간 십자가의 언덕
      Kryžių Kalnas
      수십만 개의 십자가가 모인 기도와 저항의 언덕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 세계인이 찾는 영적인 명소
      차량 1시간 세다이나이 민속촌 전통 가옥과 농기구가 보존된 민속 마을 리투아니아 농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적이고 정감 있는 장소

      직접 걸어본 도보 여행지의 감상

      샤울레이의 태양시계 광장은 작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장소였어요.
      정중앙의 기념비 위로 햇살이 떨어질 때,
      정말 이 도시는 '태양의 도시'라는 별명이 어울린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사진 박물관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현지 예술가들의 사진 작품을 보는 재미도 좋았지만,
      옥상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구시가지 풍경은 그 무엇보다 특별한 샷을 남기게 해 주었죠.


      📸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

      • 태양시계 광장의 중앙 조형물과 석양
      • 사진 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의 도시 파노라마
      • 십자가의 언덕 초입에서 언덕 전체를 담는 낮은 앵글
      • 샤울레이 성당 앞 석조 계단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 골목

      🧳 여행 팁

      • 십자가의 언덕은 해뜨기 직전 또는 일몰 직후가 가장 몽환적인 분위기 연출
      • 구시가지 주요 장소는 도보 15분 내외 거리로 모두 연결됨 → 하루 일정으로 충분
      • 여름에는 자전거 대여도 가능, 자파스 거리에서 출발 가능
      • 사진 박물관은 월요일 휴관이며, 수~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운영

       

      6. 치안

      샤울레이는 리투아니아 북부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구시가지와 주요 박물관, 광장 등은
      야간에도 조명이 잘 되어 있어 혼자 여행하기에도 무리 없는 환경이에요.

      • 전반 치안: 낮과 밤 모두 안전한 편. 인적 드문 외곽은 야간 이동 지양
      • 주의할 점: 버스터미널이나 철도역 부근은 밤늦은 시간 음주자 드물게 출몰
      • 혼자 여행 시 팁: 중심가 카페, 박물관 주변 숙소 추천. 가로등과 상점 밀집 구역 이용
      • 현지 경찰/응급 번호: ☎ 112 (경찰·구급·소방 통합)
      • 주폴란드 한국대사관(관할)

      7. 이동 방법

      🛬 공항 → 샤울레이

      샤울레이는 자체 공항이 없으며,

      대부분 빌뉴스(약 2.5시간) 또는 리가(라트비아, 약 1.5시간) 공항을 통해 진입합니다.

      • 리가 공항 → 샤울레이: LuxExpress 고속버스 이용 (직행 약 1시간 30분)
      • 빌뉴스 공항 → 샤울레이: 기차 또는 버스 연계 이용 가능

      🏙️ 시내 교통

      • 도보 여행: 구시가지, 주요 박물관, 광장 모두 도보 20분 내외
      • 시내버스: 시내버스 앱(Žiogas) 이용 가능. 1회권 약 0.80유로
      • 택시/앱 호출: Bolt 사용 가능, 공항 연결 및 외곽 관광지 이용 시 유용
      • 자전거/킥보드: 여름철 대여소 활성화. 구시가지 산책과 함께 병행하기 좋아요

      🚗 차량 이동

      • 십자가의 언덕, 민속촌 등은 차량 접근이 편리하며
        주차 공간이 비교적 여유롭고 무료인 경우도 많아요
      • 렌터카는 리가, 빌뉴스 공항에서 미리 예약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

      8. 마무리 – 샤울레이 여행 총평

      샤울레이는 도시 자체가 그리 화려하거나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 조용함 속에 깊고 단단한 의미를 품고 있는 곳이에요.

      ‘십자가의 언덕’에 서면 사람들의 기도와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고,
      태양시계 광장에서 하루를 보내면 도시의 정체성과 그 안에 담긴 전설이
      조용히 마음에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죠.


      ✔ 추천 여행 시기

      • 5~6월: 햇살 좋고 십자가 언덕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
      • 9월 중순: 샤울레이 시 페스티벌과 가을 햇살을 함께 즐길 수 있음
      • 12월 초: 크리스마스 앞두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신비로운 언덕 체험 가능

      ✍ 한줄평

      “샤울레이는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는 도시, 태양과 기도의 언덕이 여행자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곳이에요.”